1. 민이 이야기 민이는 다이빙을 하다가 목을 다치는 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고등학교 학생이다. 다치고 나서 대학병원과 재활병원에서 입원생활을 2년 5개월 정도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1년 5개월 정도에서는 열이 자주 나고 과반사도 많이 나타나 의학적으로 안정되는 데 까지는 다른 사람들 보다는 시간이 걸린 편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서 장애는 고정되었고 재활치료도 거의 마무리에 접어드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의료진은 민이에게 현상태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제는 집에서 생활해도 될 때가 되었다고 이야기 하였다. 그러나 민이는 물론, 부모님은 전혀 장애를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고 그래도 재활치료가 계속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였다. 우리는 퇴원을 할 때가 되었으나 퇴원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분명히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여 여태까지 하던 재활치료를 반복하는 무의미 없는 삶을 살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우리는 민이와 부모님이 집에 돌아가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민이는 이제는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 집으로 가는 준비를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우리는 진주에 있는 민이의 집을 방문하여 집의 상태를 파악하고 민이가 집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을 확인하고 퇴원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민이가 집에 돌아가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었다. 집에 가서 <무엇을 하면서 지내게 하는 가>의 문제는 집의 구조적인 물리적인 문제들보다도 더욱 중요한 20세의 민이 삶에 핵심적인 문제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이가 병원에서 만났던 척수장애인 활동가들에게 도움을 청하였고 퇴원 후 한국척수장애인 협회에서 민이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체험하였다. 민이는 부모의 집을 떠나 수도권에 있는 척수장애인 일상홈에서 4주간 생활을 하고 나서 특수대학교로 바로 진학을 했다. 집에서 우물쭈물하고 쉴 틈도 없이 그대로 사회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탄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2. 왜 척수장애인 재활지원센터인가? 이제는 장애인 복지관도 여러 군데 생겼는데 왜 굳이 척수장애인 재활지원센터가 필요하냐고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척수장애에 대한 특별한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척수장애인의 대부분이 중도장애인으로, 지원의 정도에 따라서 척수장애인의 삶의 모습이 매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귀의 가능성도 다양하지만 지원 정도와 종류에 따라서 매우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명의 척수장애인에 대한 지원의 노하우를 여러 명의 척수장애인에 대하여 공유할 때에 재활지원센터의 역할의 효율적인 커다란 그림이 보이게 된다. 또한 항상 의학적인 합병증의 문제가 다른 장애에 비하여 높고 거의 모든 척수장애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문제도 어느 정도의 교육과 홍보를 통하여 센터의 역할의 중요성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3. 척수장애인에 대한 재활치료는 어디까지 일까? 다치고 나서 급성기 병원과 재활병원에서의 재활기간은 대부분은 6개월 이내에 마무리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호흡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불완전 마비, 다른 의학적 문제가 남아있는 경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척수의 손상은 대부분 회복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장애를 판정하는 기간이 매우 이른 편이다. 다른 장애의 경우에는 장애가 남는다고 판단하는 기간이 6개월 이상인 경우도 많으나 척수의 경우는 3개월 정도면 장애가 거의 결정되어진다. 그런데 유독 다른 장애에 비하여 척수손상 환자의 병원 입원기간이 길어지는 데에는 재활치료 이외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장애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의 문제가 제일 크고, 장애를 갖고 집으로 사회로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어 있다. 또한 산재, 자동차보험 등의 문제로 인하여 병원에서 생활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어 입원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런 환자들을 다 모아 놓고 척수재활을 전문으로 한다는 병원들이 있다. 척수장애인의 집합소이지 절대로 재활시키는 곳이 아님을 명심하여야 한다. 척수재활을 한다고 현혹되어 병원에 입원하고 있으면서 소중한 인생을 허비하면서 병원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막아야 한다. 4. 척수장애인의 사회진출은? 물론 만만치 않다. 매우 어렵다. 그런데 일단 마음부터 먹어야 한다. 일하고 싶은 마음이 매우 강하게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익숙한, 전에 하던 일이 가능한 경우에는 그러한 일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혼자서 힘들면 도움을 받아서라도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거다. 전에 하던 일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현재 할 수 있는 찾아보아야 한다. 그런데 그것도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거다. 혼자서는 힘들다. 머리를 모으고, 힘을 모으고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받아가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서로가 배우는 거다. 그래서 척수장애인 재활지원센터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다. 5. 지역사회에서 척수장애인에게 바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역사회에서 척수장애인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은 커다란 착오이다. 각각의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지역사회에서 척수장애인에게 바랄 수 있는 역할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놀랄 정도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고 지금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척수장애인의 지역사회에 대한 도움이나 기여를 꼼꼼히 적어보기 시작하여도 상당한 목록을 적을 수 있을 것이다. 6. 그래서 지역사회 척수장애인 재활지원센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제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지는 대강 이야기 한 것 같으니까. 그리도 앞으로 활동에 대하여도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욱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굳이 역할에 대하여 제한을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 것 같다. 단지 행동으로 일하는 것을 보여주기 바랄 따름이다. 행정적으로, 사무적으로 위원회 만들고 밥만 먹고 헤어지는 일들은 절대로 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7. 한국척수장애인협회에 대하여. 장애인 당사자들의 모임으로 이렇게 훌륭하게 운영되는 것에 감동하고 있다. 현재도 많은 수의 협회에서는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기 운동본부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다 함께 같이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다. 나의 환자들 또한 이 협회를 통하여 척수손상 환자들의 조기 사회복귀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 협회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척수장애인 재활지원센터의 설립을 기대해본다. *park's talk는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의 캡틴이신 박인선 원장님의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