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6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척수장애인 초기 재활지원 확대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원고입니다. 다치고, 병에 걸리고, 나이가 들면서 따라오는 여러 가지의 장애들에 대하여 우리는 싫어하고, 피하고 싶고, 어떤 경우에는 숨기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가 어쩔 수 없이 남게 될 경우 우리는 장애를 갖고 살아갈 삶에 대하여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된다. 병원에서는 의학적 상태를 안정화 시키고 장애를 최소화 시키는 것에 주력하게 된다. 그리고 장애가 고정되었다고 생각하면 장애 자체나, 장애로 인한 합병증으로 인하여 몸의 상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치료로 전환시키게 된다. 이것은 아주 이상적인 재활치료의 형태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의 현실은 이것과는 정반대로 장애를 가진 삶 전체가 곤두박질치는 것을 너무나 자주 보게 된다. 아이러니칼하게도 엉망진창의 상태는 병원에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장애를 최소화 시키는 작업까지는 대부분 잘 이루어지고 있으나 거기에서 더 이상의 진전을 하지 못한다. 더 이상의 진전이란 집으로, 직장으로,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을 말하게 된다. 병원에서는 장애에 대하여 분명하게 선언하고 더 이상의 집중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몸의 상태를 잘 유지하기 위한 치료 또는 운동으로 전환시키고 사회로 복귀하는 것에 대하여 중점을 두고 실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을 하는 병원은 거의 없다. 재활치료까지는 잘 하는데 그 다음이 없으므로 환자들은 계속적으로 재활치료를 반복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으나 크게 몇 가지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첫째는 환자 자신의 문제 환자 당사자가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계속 치료를 요구하고 있다. 그냥 막연히 치료하면 나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는 병원의 문제 병원에서 환자의 상태에 대하여 치료가 필요한 것인지, 집으로, 사회로 복귀하여야 하는 시점인지에 대하여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환자가 원하는 대로 친절하게(?) 재활치료를 해대다가 의료비의 삭감이 되는 시점에서 환자를 퇴원시키면 환자는 다른 병원을 선택하여 입원하고, 똑같은 일이 그대로 몇 차례 반복되면서 환자는 대한민국 전국에 걸친 재활병원과 재활요양병원을 전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더 이상 병원을 전전할 수 없어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장애에 대한 아무 준비도 없이 황당하게 병원에서 쫓겨나는 상태가 되어버리게 된다. 돈은 돈대로 다 써버리고 빚까지 지는 신세에, 가정까지 파탄 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것이 재활치료의 결과라고 하면 재활치료를 왜 해야 하는가? 3. 셋째는 의료시스템의 문제 환자의 재활치료를 마치고 장애가 고정이 되면 집으로 사회로 복귀 시켜야 하나 이에 대한 제도적인 방안은 하나도 없다.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포함한 재활치료를 하고나서 퇴원시키면 병원의 임무가 끝나는 것으로는 현재의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4. 넷째는 사보험을 포함한 돈과 관계된 문제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에 돈이 나오는 사보험에 들어있거나 자동차보험, 산재보험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면 장애가 고정되거나 치료가 끝났더라도 집으로 복귀시킬 방법이 없다. 환자들에게 아무리 집으로 퇴원하라고 하여도 보상으로 인한 문제 때문에 절대로 집으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집으로 프로젝트> 그래서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에서는 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하지 않고 치료가 끝나면 집으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나 실제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족의 태도이다. 퇴원을 위한 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져 있어도 가족이 환자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으면 환자는 절대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요양병원을 전전하는 경우를 너무 흔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병원에 오래 입원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가족의 환자에 대한 현실적인 준비가 낮아지는 것을 보아왔다. 그 다음이 집의 환경이다. 장애를 가진 환자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집의 구조일 경우 무조건 집으로 퇴원시키는 것은 환자에게 퇴원시키는 것은 장애를 하나 더 얹어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적어도 환자에게 입출입이 너무나 힘들지 않는 환경으로 퇴원시키는 것을 권하고 있다. 따라서 입원하자마자 집의 구조와 집 주위의 환경에 대한 조사가 들어가고 퇴원할 때에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집에 대하여 입원하는 동안 이에 대하여 가족회의, 현장방문 등을 통하여 집을 고칠 것인가, 이사를 할 것인가 등등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돌아가서 살 집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요사이에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결혼하지 않고 원룸에 살던 일용직 중년 남자들이 의외로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아프고 장애가 있어 병원에 1-2년 입원하고 있다 보면 원룸은 없어지고 돌아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 퇴원하여 어렵지만 혼자서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병원을 전전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혼자 살던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다보면 병원비의 문제로 자녀들이 할머니가 살던 집을 팔아 병원비로 사용하게 되면 할머니의 치료가 끝난다 하더라도 자녀들의 집으로 돌아갈 리는 만무하고, 결론은 돌아갈 집이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요양병원을 죽을 때까지 전전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재활마을’ 이다. <공원 옆 재활마을>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 주위의 원룸, 쪽방들에 퇴원한 환자들이 거처하는 곳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병원의 transit house도 여기에 있다. 현재는 10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데 장애 정도에 따라 휠체어접근이 가능한 곳과 보행이 가능한 환자들이 살고 있는 곳 등의 세 종류의 건물에 월세로 입주하여 살고 있다. 다행하게 임대료가 높지 않기 때문에 퇴원 후 환자들이 자력으로 얻을 수가 있는 정도이다. 여기에서 생활하면서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집으로 복귀하는 것을 준비하기도 하고 조금씩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늘려가고 있다. 대부분이 요양보호사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조금씩 독립적이 되어 가면 도움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환자가 원하는 경우 본원의 사회복지사가 집의 열쇠를 갖고 있어 응급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종종 의료진들이 집을 방문하여 환경을 살펴주고 있다. <노둣돌 프로그램> 집으로 복귀 시킨다고 하여 일이 다 끝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집에 돌아가서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있게 하는 것은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집으로 돌아가서라도 환자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갖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존감을 갖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장애가 있지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난 꽤 쓸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은 어쩌면 환자들에게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각자의 상태에서 할 수 있는,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화분에 물주는 일, 게임하면서 놀아주는 일, 옆자리의 환자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잔소리 하는 일, 기도해주는 일, 식당에서 서빙 하는 일, 노래해 주는 일, 병원주위의 쓰레기 줍는 일, 물리치료실에서 환자들을 도와주는 일, 책 빌려 주는 일, 필요 없는 물건 기부 받아 정리하여 파크장터 만드는 일 등등의 일들을 만들고 하고 있다. 이런 경우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집으로 돌아가도 일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고, 하다가 마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어떠한 시도도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의료진에게도 환자의 상태를 다른 방향에서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월 10-20 만원 정도로 지급하고 있고 재원 마련은 본원 직원들에게 월 오천원 내지 만원 정도의 기부를 받고 병원에서는 기부 금액과 똑같은 금액을 더하여 마련하고 있다. <마무리하는 말> 아무리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장애를 없앨 수는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하면 장애를 갖고 집에서, 사회에서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그렇게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이다. 몇 백억, 천억의 경비를 들여 아무리 훌륭한 재활병원 건물을 짓는다 한들, 이러한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면 누구를 위한 병원들인가? 재활치료는 좋은 건물, 좋은 시설만으로는 절대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훌륭한 재활병원 건물만 짓는 재활정책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은 국가나 사회로부터 1원 한푼 도움 없이 10년의 세월을 살아오고 있다. 아직도 망하지 않고 이러한 일들을 해오고 있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너무나 어렵고 힘들지만 내가 이렇게 병원을 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이 사회에서 정말로 필요로 하는 재활병원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10년이 되었지만 개원할 때 빌렸던 은행의 빚은 거의 갚지 못하고 있다. 요새 커다란 사건들이 터지면서 은행에서는 자금 회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같은 병원에도 똑같이 요구하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방법이 없다. 재활병원을 하여 돈을 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도 재활치료를 한다는 재활요양병원(?)들은 엄청나게 많이 생기고 있다. 돈이 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돈이 안 된다고 하면서도 실제 돈을 벌고 있다. 그런데 환자들은 재활치료를 해도 하나마나 똑같은 경우가 허다하고 심한 경우는 더 나빠지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아직도 외국의 재활병원을 기웃거리면서 배우려는 헛발질 하고 있기 보다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의료상황과 재활병원의 현주소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고 반성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