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손상 환자의 의료재활의 시기는 의외로 짧다. 왜냐하면 장애가 고정되었다고 판단되는 데까지도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적절한 시기에 합리적인 재활치료가 시행되어 합병증이 발생되지 않았다는 전제 조건이 붙게 된다. 다만, 경수손상 환자의 경우 호흡장애가 동반되어 있는 경우는 호흡재활에 대하여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되고, 불완전 척수 손상의 경우 일부 회복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장애가 고정되기까지는 완전 손상에 비하여 의료재활의 시기가 증가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하여도 최소 2-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의 시간이면 병원에서의 재활치료는 대부분 마치게 된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척수손상 환자의 대부분이 이 기간 내에 병원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소한 1년, 길게는 5-6년을 이 병원, 저 병원에서 떠돌아다니고 나서 더 이상 입원할 수 없는 병원을 못 찾게 될 때, 할 수 없는 마음으로 떠밀려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이러한 상황이 초래된 이유에 대하여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조금 더 냉정하게 상황을 짚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첫 번째 병원에서의 재활의학과 주치의와의 충분한 대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병원에서의 재활치료 후에 더 이상 치료할 것이 없으니 퇴원하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다. 장애가 고정된 시점에서 지체 없이 환자의 상태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환자와 환자의 가족과 앞으로의 살 길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퇴원 후에 집으로 돌아가서 구체적으로 닥칠 문제들에 대하여 생각하는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환자와 환자의 가족은 퇴원하라는 단어에 매우 기분이 나쁜 심정이 되어 주치의에 대하여 배신감을 갖게 되고 병원을 원망하면서 그 다음 갈 병원을 찾아 나선다. 주치의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이때부터 의사와 병원에 대한 불신은 산더미처럼 커져버려 ‘나의 일은 내가 해결 한다’는 태도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 다음 병원부터는 주치의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주치의가 뭐라 하여도 신경도 쓰지 않고, 잘하는 물리치료사로 물리치료나 많이 해달라는 강력한 요구를 한다. 또한 병원에서 나가라고 하면 어느 병원으로 가야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면서 지내면서 세월을 보내게 된다. 한편, 주치의와 병원에 대한 원망에는 너무나 엄청난 장애를 받아들이기 힘든 환자와 가족들의 심리적인 갈등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어느 누구도 언급하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급성기 병원에서의 재활의학과 의사와, 급성기에서 퇴원 후 처음으로 가게 되는 아급성기, 회복기 재활병원의 재활의학과 의사들의 태도와 역할은 척수 환자들의 명운을 가르게 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급성기 병원에서의 불충분한 설명, 회복기 재활병원에서의 대책 없는 장기입원과 무분별한 입 퇴원 반복, 거기에 한 수 더 떠서 재활요양병원에서의 막연한 입원 연장, 이를 전혀 막을 수 없는 의료정책이 현재의 상황을 만드는데 크게 일조하였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서 척수 손상환자들이 사회복귀 해야 할 귀중한 시간이 무분별하고 무자비하게 병원에서 낭비되고 있으면서, 이들의 시간들로 병원은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무의미하게 씌여지는 의료비용의 일부만이라도 이들이 사회복귀 하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였다. 그리고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소위 척수손상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재활병원이라고 일컫는 병원들이 있다. 수 십명, 혹은 백 명이상의 척수손상 환자들이 입원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초기의 환자들도 척수손상환자가 많이 입원한 병원으로 찾아서 가는 경향이 있다. 정말로 궁금한 것은 집에 보내지 않고 왜 그렇게 많은 환자들을 병원에 모아놓고 입원시키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 중에 진정으로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재활병원이 척수손상 환자의 사회복귀를 막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는 지에 대하여 우려스럽다. 척수장애인 활동가들의 척수장애인 상담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나, 그래도 어느 누구 보다도 더 가까이 다가가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굳게 닫힌 마음을 문을 여는 데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환자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감사의 마음을 다 전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염치 없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더 많은 활동가들의 멋진 활약을 기대한다. *원장이야기는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의 캡틴이신 박인선 원장님의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