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째 여까지 왔습니까？”
부산의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에서 산청이나 함안, 마산, 고성, 통영, 거제등 경상남도 지역을 방문한 저희를 향한 첫 마디는 늘 똑같습니다.
이어지는 ‘밥은 먹었습니까?’라는 질문도요.
간혹 멀리서부터 저희를 발견하고 한걸음에 뛰어오시거나 이렇게 먼 곳까지 어떻게 왔냐며 반가움에 벅차 올라 눈물을 훔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부산에서의 집으로 프로젝트도 그렇지만 조금 더 먼 거리의 방문에서는 반김의 크기가 더욱 큽니다.

예전에는 먼 곳에 거주하고 계시는 분들이 안전하게 잘 지내시는지 살펴보기 위해 매년 방문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가까운 부산 안에서도 대면 방문이 어려워 화상회의를 하곤 했었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이라는 생각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며 거주환경의 지지기반을 살피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23년 새해가 되자 박인선 원장님께서 '이제는 움직이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원장님의 한 마디로 경남권에 계시는 분들 중 조금 더 걱정이 되는 사람들로 명단을 만들어 미리 연락을 드리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1월 17일 오전9시30분에 출발했습니다. 이번 집으로 프로젝트는 정말 오랜만의 재개라는 것도 유의미하지만 사회복지사로 신규 입사한 손아리 선생님의 첫 참여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행보였습니다.

이번 집으로 프로젝는 남해를 시작으로 고성, 통영으로 이어졌습니다.
2시간 30분이 걸려 도착한 곳은 남해사랑사회복지센터였습니다.
오전에는 복지센터에서 지내시다 늦은 오후에는 집에서 지내시는 일상이었습니다.
복지센터에 미리 연락을 드렸더니 입구 안쪽에서 어머님이 저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문이 서서히 열리고 저희를 발견하자마자 눈물을 쏟아내시는 어머님....
원장님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한참 후에 저희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밝게 미소 지으며 ‘밥은?’이라고 하시네요.
얼마나 반가우셨는지 파크사이드에 계실 때 보다 말씀도 훨씬 많으셨고 펌도 아주 예쁘게 하셔서 더욱 고와지셨습니다.
원장님의 손을 잡고 서보기도 하고 상태를 살펴보니 나빠지지 않고 잘 유지하고 계셨습니다. 근처의 집으로도 방문했는데 구석구석 미끄럼방지 매트가 깔려있었고 혼자 계실 때 혹시나 있을 낙상사고를 대비하여 홈캠을 두고 수시로 상태를 살폈습니다.
지척에는 시장과 정육점, 슈퍼도 있고 강정도 파는 곳이 있어 생활하시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직접 집을 방문해보니 더욱 안심이 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이동했습니다.

두 번째 방문한 곳은 고성의 바다가 보이는 고즈넉한 주택이었습니다.
고성 할아버지의 집은 입구부터 놀라웠습니다.
자녀분들께서 이동하기 편하시도록 안전바와 안전이동 경사로를 만드셨고 문을 밀고 당기기 힘드신 것을 고려하여 자동문까지 설치하셨습니다.
집안에도 빈틈없이 안전바가 설치되어 있었고 문턱에도 경사로를 설치하여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쓰신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를 보고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시는 아버님!
우리 고성의 할아버지도 역시나 첫 마디가 '밥은 묵었습니까? 우째 여까지 왔습니까'였습니다. 집안에서 안전하게 생활하신 덕분인지 다행히 상태도 좋아보이셨고 이웃의 지인들도 살뜰하게 챙겨주셔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셨습니다.
아버님이 안전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기신 자녀분들 덕분에 잘 지내고 계셔서 마음 놓고 다음 집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금슬 좋은 노부부가 살고 계시는 통영입니다.
통영에는 2016년부터 네 번째 방문입니다.
아버님은 저희가 곧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으시고는 저 멀리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님은 조금 야위셨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건강해 보이십니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만 해도 볕 좋은 날 마당에 나와 계시는 두 분을 볼 수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흘러 어머님은 휠체어와 침대에서만 지내신다고 합니다.
저희가 왔을 때도 알아보지 못하시고 누워서 맑은 눈으로 지긋이 바라보기만 하셨어요.
그래도 요양보호사님의 돌봄과 아버님의 정성으로 어머님은 여전히 예쁘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오랜만의 방문이 무척이나 반가우시면서도 울컥한 마음에 눈시울을 살짝 붉히셨어요. 그간의 안부를 주고받다가 원장님의 눈에 띈 아주 낡은 휠체어.
휠체어가 너무 낡아 보여 손아리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 상담 후 교체할 수 있도록 안내드렸습니다.

이렇게 대장정의 남해-고성-통영 집으로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은 재활치료를 잘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가정의 한 구성원으로서 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혼자서 생활하시는 분들도 가족들과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잘 살아가고 있으셔서 마음을 놓고 부산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모두 다음에 만나는 순간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